동의보감의 ‘신’, 마음을 왜 맑은 물에 비유했을까요?
한방노트 편집팀게시
3줄 요약
- 1『동의보감』 「신」 장은 생각·감정·기억 같은 정신 활동을 몸의 상태와 연결해 설명합니다.
- 2칠정은 기쁨·성냄·걱정·생각·슬픔·놀람·두려움의 일곱 가지 마음의 움직임입니다.
- 3「신」 장은 건망으로 겪는 어려움을 사람의 어리석음이나 무지와 구별합니다.
목차
『동의보감』은 허준이 1610년에 완성한 의학책으로, 내경편·외형편·잡병편·탕액편·침구편의 다섯 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내경편 제4장 「신」은 사람이 생각하고 느끼고 기억하는 일을 몸의 상태와 함께 살핀 장입니다. 앞 장에서 몸을 움직이는 ‘기’를 읽었다면, 이번에는 그 움직임을 거느리는 ‘신’을 만나 봅니다.

여기서 말하는 신은 어떤 뜻일까요?
「신」 장의 신은 생각과 감정, 알아차림 등 사람의 정신 활동을 아우르는 말입니다.
제1장 ‘신형’의 신은 몸을 뜻하지만, 이번 장의 신은 정신을 뜻합니다. 소리는 같아도 이야기의 초점이 다릅니다. 책은 신을 한 몸의 주인으로 설명하고, 마음을 나라의 임금에 비유합니다. 여러 일을 살피고 판단하며 몸 전체를 거느리는 중심이라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신을 머릿속의 생각만으로 좁히지는 않습니다. 원문은 신을 기르는 사람이라면 몸이 마르거나 살찐 정도와 피와 기운의 성쇠도 살펴야 한다고 적습니다. 정신을 돌보는 일과 몸을 돌보는 일을 함께 놓은 것입니다.
이 장의 ‘심’은 심장과 마음의 기능을 함께 설명하는 옛 의학의 말입니다. 현대 해부학의 심장과 같은 범위의 개념은 아닙니다. 이 차이를 기억하면 “심이 신을 간직한다”는 문장도 그 시대의 몸과 마음에 관한 설명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마음을 왜 맑은 물에 비유했을까요?
원문은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고요해지면, 맑은 물의 바닥을 보듯 사물을 분명하게 살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연못을 떠올려 보세요. 물이 심하게 출렁일 때는 바닥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물결이 잦아들면 그 안에 있던 돌과 모래가 드러납니다. 책은 마음의 움직임도 이와 비슷하게 설명합니다.
우리는 잠깐 사이에도 놀라고, 서두르고, 이런저런 생각을 합니다. 원문은 이런 마음의 바쁨을 작은 자리에서 불이 일어나는 모습으로 표현합니다. 반대로 맑게 알아차리는 상태를 ‘영명’이라고 불렀습니다. 낯선 말이지만 이 대목에서는 ‘마음이 맑아 사물을 잘 살피는 상태’로 풀어 읽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조용함은 아무 생각도 없는 빈 상태라기보다, 사물에 휩쓸리지 않고 살필 수 있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물의 비유를 기억하면 신을 기른다는 말도 조금 덜 막연해집니다.
정신을 이야기하는 장에 왜 음식이 나올까요?
「신」 장은 음식에서 얻은 바탕이 몸을 기르고, 그 바탕 위에서 신도 생겨난다고 설명하기 때문입니다.
‘오미가 신을 낳는다’는 대목에서 오미는 음식의 다섯 가지 맛을 가리킵니다. 원문은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 위와 장에 머물고, 기를 기르며, 몸의 액체인 진액으로 변화하는 과정에 신을 연결합니다. 마음을 몸과 떨어진 섬처럼 생각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 장에는 밥 먹는 것도 잊고 독서에 몰두하던 선비의 이야기도 실려 있습니다. 선비 앞에 작은 도인이 나타나 자신을 몸속의 ‘곡신’이라고 소개하며 너무 고생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선비는 그 말을 듣고 다시 곡식을 먹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몸속에 실제로 작은 사람이 산다는 설명으로 받아들이기보다, 공부에 몰두하더라도 몸을 먹이고 돌보는 일을 잊지 말라는 옛 일화로 읽으면 좋습니다.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밥이 필요하다는 점을 생생한 장면으로 전한 셈입니다.

칠정은 특별한 감정 일곱 가지인가요?
아닙니다. 칠정은 기쁨·성냄·걱정·생각·슬픔·놀람·두려움처럼 일상에서 겪는 마음의 움직임을 일곱 가지로 나눈 말입니다.
원문은 신이 이 일곱 감정을 거느린다고 설명합니다. 한자 한 글자로 적혀 있어 어렵게 보이지만 풀어 쓰면 익숙합니다.
| 이름 | 쉬운 뜻 | 구별해서 읽을 점 |
|---|---|---|
| 희 | 기쁨 | 즐겁고 기쁜 마음 |
| 노 | 성냄 | 화가 나는 마음 |
| 우 | 걱정 | 근심이 풀리지 않는 마음 |
| 사 | 생각 | 어떤 일에 마음을 두고 생각하는 움직임 |
| 비 | 슬픔 | 슬퍼하고 애통해하는 마음 |
| 경 | 놀람 | 뜻밖의 일에 갑자기 놀라는 반응 |
| 공 | 두려움 | 무섭고 불안하여 마음을 놓지 못하는 상태 |
특히 ‘생각’이 감정의 목록에 들어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오늘날 감정이라는 말로 부르는 것보다 넓게, 마음이 움직이는 여러 방식을 묶은 것입니다.
책은 기쁨이 기를 부드럽게 하고 통하게 한다는 설명도 실으면서, 기쁨과 성냄에 절도가 없거나 한 감정이 지나치게 이어지는 상태를 경계합니다. 감정이 있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강도와 지속에 관심을 둔 것입니다.
다만 이 설명을 “아픈 것은 마음을 잘못 써서다”라는 비난으로 바꾸어서는 안 됩니다. 이 장은 몸의 허약함이 마음의 상태에 영향을 준다는 설명도 함께 담고 있습니다.

놀람과 두려움은 어떻게 다르게 보았을까요?
원문은 놀람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 순간의 반응으로, 두려움을 스스로 알면서도 억누르기 어려운 상태로 구별했습니다.
큰 소리가 갑자기 들려 몸이 움찔하는 것은 놀람의 예입니다. 반면 혼자 있기가 무섭고 곁에 누군가 있거나 불이 밝혀져야 마음이 놓이는 모습은 두려움의 예로 들었습니다. 비슷해 보이는 마음도 생기는 계기와 이어지는 모습을 나누어 살핀 것입니다.
같은 장의 ‘경계’는 놀라거나 불안하면서 마음이 두근거리는 증상을 설명하는 옛말입니다. 여기서 ‘계’는 가슴이 뛰고 마음이 편안하지 않은 상태를 가리킵니다. 단순히 겁이 많다는 성격 평가로 다루지 않고, 몸의 반응과 함께 관찰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이런 구분은 옛 기록을 이해하는 데 쓰는 설명입니다. 오늘날의 질환 이름을 이 용어에 그대로 맞추거나, 이 표지만으로 자신의 증상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잘 잊어버리는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았을까요?
「신」 장은 건망을 겪는 사람을 어리석거나 무지하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설명을 담고 있습니다.
건망은 기억해야 할 일을 자꾸 잊는 상태를 뜻합니다. 원문은 일을 시작해도 끝을 맺기 어렵거나, 이야기의 앞뒤를 이어 가기 어려운 모습을 적고, 이를 사람의 어리석음과 구별합니다. 이어서 자신이 한 일을 떠올리려고 애써도 생각나지 않는 괴로움도 묘사합니다.
이 대목에서 책의 시선은 “왜 제대로 못 하느냐”는 꾸중보다, “어떤 상태여서 어려움을 겪느냐”는 관찰에 가깝습니다. 마음과 몸이 소모된 상태를 살피고, 조용하고 편안한 곳에서 지내는 일도 함께 거론합니다.
몸을 설명하는 방식은 지금과 다르지만, 잘 잊는 사람을 함부로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대목은 오늘 읽어도 뜻이 선명합니다. 기억의 어려움을 그 사람의 태도나 가치 전체와 같게 보지 않는 것입니다.

마음을 다스린다는 말은 무조건 참으라는 뜻일까요?
이 장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일은 감정을 억누르는 한 가지 행동보다, 정신을 안정시키고 몸의 바탕을 함께 돌보는 일에 가깝습니다.
책에는 뜻과 생각을 온화하게 하여 정신을 모으고, 추위와 더위를 알맞게 조절하며, 기쁨과 성냄이 지나치지 않도록 한다는 설명이 나옵니다. 정신만 굳게 붙잡으라고 말하는 대신 먹는 일, 몸의 상태, 생활하는 환경도 함께 살핍니다.
장 뒤쪽에는 두근거림과 건망을 비롯한 여러 증상, 처방과 치료 사례가 이어집니다. 하지만 옛 치료 기록은 그대로 따라 하는 방법이 아닙니다. 실제 증상의 판단과 치료에는 진료가 필요합니다. 여기서는 처방의 이름이나 양을 외우기보다, 마음의 어려움을 몸과 생활에서 떼어 놓지 않았다는 관점을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4장 「신」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신」 장의 핵심은 생각하고 느끼고 기억하는 정신 활동을 몸의 바탕과 연결하고, 그 둘을 함께 돌보아야 한다고 보았다는 것입니다.
맑은 물, 밥을 잊은 선비, 일곱 감정, 기억하려고 애쓰는 사람을 떠올려 보세요. 이 장은 ‘정신’이라는 보이지 않는 말을 여러 생활 장면으로 풀어냅니다. 몸에 밥과 쉼이 필요하듯, 마음도 흔들리는 모습을 살피고 돌볼 대상으로 보았던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신형의 신과 이번 장의 신은 같은 뜻인가요?
다릅니다. 신형의 신은 몸을 뜻하고, 제4장 신은 생각·감정·알아차림 등 정신 활동을 아우르는 말입니다.
Q.칠정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기쁨·성냄·걱정·생각·슬픔·놀람·두려움의 일곱 가지입니다. 원문은 신이 이 마음의 움직임을 거느린다고 설명합니다.
Q.놀람과 두려움은 무엇이 다른가요?
원문은 놀람을 예상하지 못한 때 갑자기 일어나는 반응으로, 두려움을 자신이 알면서도 억제하기 어려운 상태로 구분합니다. 큰 소리에 놀라는 경우와 혼자 있기가 무서운 경우를 각각 예로 듭니다.
Q.건망을 단순히 어리석음으로 보았나요?
아닙니다. 일을 끝맺기 어렵거나 이야기의 앞뒤를 이어 가기 어려운 상태를 설명하면서, 이를 병으로 인한 어려움과 연결하고 어리석음이나 무지와 구별합니다.
출처 · 참고
- 허준, 『동의보감』 내경편 권1 제4장 「신」.
- 허준 원저, 동의보감 편찬 위원회 편역, 『동의보감』, 학력개발사, 1988.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