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의 ‘혈’, 피를 왜 물에 비유했을까요?
한방노트 편집팀게시
3줄 요약
- 1『동의보감』 「혈」 장은 먹고 마신 음식에서 얻은 바탕이 변화하여 피가 된다고 설명합니다.
- 2「혈」 장은 기를 바람에, 피를 물에 비유하여 기가 피의 움직임을 이끈다고 보았습니다.
- 3「혈」 장은 피를 잃거나 부족해진 상태와 피가 고여 쌓인 상태를 구별합니다.
목차
『동의보감』은 허준이 1610년에 완성한 의학책으로, 내경편·외형편·잡병편·탕액편·침구편의 다섯 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내경편 제5장 「혈」은 피가 어떻게 몸을 기르고, 기와 함께 움직이며, 제자리를 벗어났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긴다고 보았는지 설명합니다. 피를 다친 곳에서 나오는 붉은 액체로만 생각했다면, 이 장은 조금 다른 출발점을 보여 줍니다.

동의보감은 피가 어디에서 생긴다고 보았을까요?
「혈」 장은 먹고 마신 음식에서 얻은 바탕이 몸 안에서 변화하여 피가 된다고 설명합니다.
첫머리에 나오는 ‘수곡’은 물과 곡식, 곧 먹고 마시는 음식을 뜻합니다. 원문은 수곡이 위장에 들어오고 그 기운과 수분이 맥으로 이어져 붉은 피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여기서 맥은 피와 기운이 다니는 길을 설명하는 옛 의학의 말입니다.
이 장의 관심은 피의 색깔만이 아닙니다. 피를 만들어 몸을 기르는 과정의 출발점에 음식이 있다는 점입니다. 제3장 「기」에서 음식의 기운이 온몸에 퍼진다고 읽었던 것과도 이어집니다. 음식과 기, 피를 서로 따로 떨어진 것으로 보지 않은 것입니다.
다만 이 설명은 옛 의학의 몸 이해입니다. 오늘날 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하는 생리학과 같은 뜻으로 읽지는 않습니다.

피는 몸에서 어떤 일을 한다고 했을까요?
원문은 피가 눈의 보기, 발의 걷기, 손의 움켜쥐기, 손가락의 움직임을 받쳐 준다고 설명합니다.
피가 있어야 몸이 자라고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을, 누구나 아는 일상 동작으로 풀어낸 것입니다. ‘영’이라는 말도 등장하는데, 이 대목에서는 몸을 기르고 잘 자라게 하는 작용으로 이해하면 쉽습니다.
| 원문에 등장하는 부분 | 피를 얻어 하는 일 |
|---|---|
| 눈 | 사물을 봄 |
| 발 | 걸음을 걸음 |
| 손 | 물건을 움켜쥠 |
| 손가락 | 물건을 만짐 |
꽃을 바라보고, 그쪽으로 걸어가고, 작은 물건을 집는 장면을 떠올려 보세요. 책은 이런 평범한 동작 뒤에 몸을 기르는 바탕이 있다고 말합니다. 피를 ‘상처가 났을 때 보이는 것’에서 ‘평소의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시선을 돌려 놓습니다.
원문은 피가 충실하면 몸도 충실하고 피가 약하면 몸도 약해진다고 이어 갑니다. 어느 한곳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온몸의 상태를 받친다는 설명입니다.

기와 피를 왜 바람과 물에 비유했을까요?
책은 기가 피의 움직임을 이끈다고 보았기 때문에 기를 바람에, 피를 물에 비유했습니다.
잔잔한 물 위로 바람이 불면 물결이 일어납니다. 원문은 이 모습을 빌려 “기가 움직이면 피도 움직인다”는 관계를 설명합니다. 앞 장에서 만난 기가 몸을 움직이는 작용이라면, 이번 장의 피는 그 움직임 속에서 몸을 기르는 바탕으로 등장합니다.
| 비유 속 대상 | 대응하는 말 | 원문이 강조한 관계 |
|---|---|---|
| 바람 | 기 | 피의 움직임을 이끎 |
| 물 | 혈, 곧 피 | 기의 움직임을 따라 흐름 |
이 비유의 재미는 두 가지를 함께 보게 한다는 데 있습니다. 물만 보아서는 물결의 변화를 다 설명할 수 없고, 바람만 보아서는 물이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책도 피의 문제를 살필 때 기의 움직임을 함께 이야기합니다.
원문은 따뜻하면 피가 원활하고 차가우면 잘 움직이지 못한다고도 적습니다. 이는 당시 기와 혈의 관계를 설명한 문장으로, 몸을 무조건 따뜻하게 하면 모든 피의 문제가 해결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피가 부족한 것과 고여 있는 것은 같은 문제일까요?
아닙니다. 「혈」 장은 피를 잃거나 부족해진 상태와, 피가 고여 쌓인 상태를 구별합니다.
낯선 한자어가 여럿 나오지만 ‘잃음’, ‘모자람’, ‘머묾’이라는 말로 나누면 흐름을 잡을 수 있습니다.
| 말 | 이 장에서 읽을 쉬운 뜻 |
|---|---|
| 실혈 | 피를 잃는 일 |
| 혈허 | 몸을 기르는 피의 바탕이 부족한 상태 |
| 어혈 | 피가 원활하게 흐르지 못하고 머물러 있는 상태 |
| 축혈 | 어혈이 쌓인 상태 |
원문은 축혈을 위·가운데·아래에 쌓인 경우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피의 양만 볼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 어떻게 흐르지 못하는지도 살피려 했던 것입니다.
이를 물길에 비유해 볼 수 있습니다. 물이 부족한 밭과 물길이 막힌 밭은 겉으로 모두 생기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사정은 다릅니다. 이 비유는 용어의 차이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며, 실제 몸의 상태를 판별하는 기준은 아닙니다.

출혈은 왜 여러 이름으로 나누어 적었을까요?
책은 피가 어디로, 어떤 모습으로 나오는지에 따라 출혈을 나누어 관찰했습니다.
「혈」 장의 뒤쪽에는 코피, 피를 토하는 증상, 소변이나 대변에 피가 섞이는 증상, 다친 뒤의 출혈 등이 따로 나옵니다. 모두 ‘피가 나온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같은 상황으로 취급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 원문에서 따로 다룬 항목 | 쉬운 설명 |
|---|---|
| 뉵혈 | 코피 |
| 구혈·토혈 | 입으로 피를 토하는 증상 |
| 요혈 | 소변에 피가 나오는 증상 |
| 변혈 | 대변에 피가 나오는 증상 |
| 상손실혈 | 다쳐서 피를 잃는 상황 |
책은 피의 색과 덩어리 여부, 얼굴빛, 맥의 모습 등도 함께 살폈습니다. 한 가지 표시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여러 모습을 모아 보려 했다는 점을 읽을 수 있습니다.
다만 옛 기록의 분류만으로 현재의 출혈 원인이나 위험도를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 출혈은 진료로 확인해야 하며, 책에 실린 지혈법과 처방을 그대로 따라 하지 않습니다.
감정 이야기는 피와 어떻게 연결될까요?
원문은 기쁨·성냄·걱정 같은 마음의 변화가 기의 움직임을 바꾸고 피에도 영향을 준다고 보았습니다.
제4장 「신」에서 마음과 몸을 함께 살폈다면, 「혈」 장은 그 연결을 피의 움직임까지 이어 갑니다. 특히 갑작스럽고 지나친 감정 변화를 여러 장기의 작용과 연결하여 설명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감정을 억지로 없애라는 결론을 내리지 않는 것입니다. 이 장은 음식에서 얻는 바탕, 기의 움직임, 몸의 손상과 출혈 등 여러 조건을 함께 다룹니다. 피의 문제를 모두 마음 탓으로 돌리는 글로 읽으면 장 전체의 범위를 놓치게 됩니다.
제5장 「혈」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혈」 장의 핵심은 피를 음식에서 길러져 온몸의 활동을 받치는 바탕으로 보고, 기와의 관계 및 부족함과 정체를 함께 살폈다는 것입니다.
눈으로 보고 발로 걷는 장면, 바람을 따라 움직이는 물결을 기억하면 이 장의 큰 줄기를 잡을 수 있습니다. 피를 이야기하는 책이지만, 결국 먹고 움직이며 살아가는 몸 전체를 바라보는 이야기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혈은 무슨 뜻인가요?
혈은 피를 뜻합니다. 이 장은 피를 눈으로 보고 발로 걷고 손을 움직이는 활동을 받쳐 주는 바탕으로 설명합니다.
Q.기와 피는 어떻게 연결되나요?
원문은 기를 바람, 피를 물에 비유합니다. 바람을 따라 물결이 움직이듯 기가 피의 움직임을 이끈다고 보았습니다.
Q.혈허와 어혈은 같은 뜻인가요?
아닙니다. 혈허는 몸을 기르는 피의 바탕이 부족한 상태를, 어혈은 피가 원활히 흐르지 못하고 머물러 있는 상태를 설명하는 옛 의학 용어입니다.
Q.피가 나는 증상을 모두 같게 보았나요?
아닙니다. 코피, 피를 토하는 증상, 소변이나 대변에 피가 나오는 증상, 다친 뒤의 출혈 등을 구분해 다루었습니다.
출처 · 참고
- 허준, 『동의보감』 내경편 권2 제5장 「혈」.
- 허준 원저, 동의보감 편찬 위원회 편역, 『동의보감』, 학력개발사, 1988.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